본문 바로가기
IT & Product

'애플 벽시계의 탄생 비화'

by tristan 2016. 3. 28.
반응형

Apple MacBook "Core 2 Duo" 2.26 13" (Uni/Late 09)
Apple MacBook "Core 2 Duo" 2.26 13" (Uni/Late 09)

 

애플에서 2009년 말에 출시한 MacBook 13"(폴리카보네이트/유니바디) 입니다. 애플의 마지막 플라스틱 재질의 MacBook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이지만, 그 이전 기종인 MacBook 13"(white/black)은 ABS수지로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2009년 말에 출시된 MacBook 13"는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제작 공법은 알루미늄 MacBook Pro와 같은 '유니바디' 공법으로 제조되었죠. 여기서 ‘유니바디’(Unibody) 공법이란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금형을 만들어 사출을 하거나 강한 압력을 가해 미리 성형한 플레임으로 찍어내는 공법이 아닌, 일정 두께의 폴리카보네이트나 금속 또는 알루미늄을 통째로 조각해 깎아내는 공법을 말합니다. 

 

이 유니바디 공법으로 제품을 제작하게 되면 강한 열과 압력이 필요 없게 되고, 그 열과 압력으로 인해 재료의 본연의 성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이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 없게 됩니다. 물론 금형을 이용한 사출 방식이나 강한 압력을 가하는 프레스 방식보다는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는 비교적 더 많은 것들을 소요시킬 수 있으나 제품의 품질은 향상 및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2006년에 애플에서 출시한 MacBook 13"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아닌 ABS수지로 제작해 출시했는데, ABS수지 또한 매우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은 합성 재료이긴 합니다만, MacBook 팜레스트 상판 두께를 매우 얇게 제작하는 바람에 MacBook을 열고 닫을 시 충격을 받으면 팜레스트가 깨지거나 균열이 생기는 등 하드웨어적 버그 때문에 애플에서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문제 있는 MacBook의 팜레스트를 무상으로 교체해주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애플 또한 그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저 또한 그 시기에 MacBook(black)의 팜레스트를 무상으로 교체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 균열은 정확히 말하자면 MacBook의 얇은 팜레스트 때문이 아니라 기기 상판의 돌기 때문입니다. 그 돌기가 MacBook을 닫을 때 팜레스트 가장자리 부분과 계속적으로 부딪히면서 결국 팜레스트에 균열이 생기거나 깨지는 것이죠. 

 

사실 이 정도는 애플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원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부차적인 해결법을 선택했는지는 저로서도 모르겠습니다. 원론적으로 설계가 잘못되었죠. 저는 2010년 초에 MacBook 13"(폴리카보네이트/유니바디)를 구입했습니다. 처음 구입하고 언박싱 했을 때의 느낌은 '참 예쁘다'였습니다. 

 

이전의 MacBook보다 비교적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유니바디 공법으로 만들어서 인지 외곽 라인의 마감도 깔끔했고요. 하판은 러버(고무) 코팅 재질로 되어있어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로 만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꽤 괜찮은 MacBook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정확히 1년이 지난 후인 2011년 여름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매우 심각할 정도였어요. 러버 재질인 하판을 시작으로 해서 바디인 폴리카보네이트의 부분적인 균열 등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일단 러버 재질의 하판의 문제는 원래 그 하판은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있는데, 그 바깥쪽 면에 두툼한 고무를 입혀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열을 받으면서 고무가 하판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Apple MacBook "Core 2 Duo" 2.26 13"
MacBook 하판을 알류미늄으로 만든 후에 겉 부분을 러버 재질로 코팅했다.

 

그냥 얌전하게 분리되었다면 다시 붙여놓기라도 하지, 이것은 완전히 우글거리며 분리되는 모습이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애플 코리아에 문의를 해보니 기본적인 애플 케어 기간인 1년이 지났기 때문에 하판의 무상교체는 불가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비용을 문의해보니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러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MacBook 뒷부분의 상판과 연결되는 부분의 균열이 점점 더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나중에는 그 균열 틈 사이에 까맣게 때가 끼어 정말 보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 가서 MacBook을 사용하던 중 설상가상으로 MacBook에 커피를 쏟은 것입니다. 배터리가 분리되는 기종이었다면 응급조치라도 했을 텐데, 그냥 멍하니 MacBook이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애플 서비스센터에 가서 MacBook의 회생 여부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회생불가'였습니다. 아예 메인보드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고 그 비용은 거의 MacBook을 새로 구입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와 이 정말 죽어버린 MacBook으로 뭘 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그래도 LED 패널과 메모리 그리고 하드디스크는 살아있으니 분해해서 맥 중고장터에 올려 필요한 맥 유저들에게 양도하면 되고, MacBook 바디와 고장 난 메인보드는 주변 재활용 물품들을 버리는 곳에, 그리고 애플 로고가 있는 상판은 버리기 아까워 '벽시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업실에 굴러다니는 시계들이 몇몇 있어서 그중의 하나를 분해하여 무브먼트를 때어 맥북 상판 애플 로고 중심을 인두로 구멍을 낸 후 무브먼트를 설치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쁜 '애플 벽시계'가 탄생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계 자판이 없는 것이 심플해 보이기도 하고 해서 그냥 벽에 걸어놓고 있었는데, 좀 허전해서 PC 케이스용 나사를 이용해 몇 개의 자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MacBook 사양
Apple MacBook "Core 2 Duo" 2.26 13" (Uni/Late 09) 사양

 

위의 이미지는 MacBook 13"(폴리카보네이트/유니바디)의 사양입니다. 지금도 대략 그럭저럭 괜찮은 사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졌으니.... 

 

지금 MacBook은 작업실의 벽시계가 되어있습니다. 가끔씩 시계를 볼 때마다 예전의 안타까운 추억이 생각납니다. 참고로 애플 상판 가장자리에는 자석이 붙어 있습니다. 그 자석을 이용해 벽에 부착하기 용이한데, 시계를 벽에 부착하기 전 미리 금속으로 간단한 구조물을 만들어 벽에 설치한 다음 시계를 부착했습니다. 

 

자석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냥 척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요. 일본의 어떤 맥 유저가 구형 iMac G3 케이스로 고양이집과 수족관을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저의 MacBook 벽시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과연 윈도즈 계열 노트북 상판으로 저렇게 시계를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뭐,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애플처럼 그렇게 예쁘지는 않을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애플은 정말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소품까지 만들 수 있으니 말이죠....  

 

MacBook 벽시계
MacBook 상판으로 만든 애플 벽시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