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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Product

'Bandai LCD Solarpower 디지털 게임기의 추억'

by tristan 2016.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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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ai LCD Solar power Game - Terror House (悪霊の館)
Bandai LCD Solar power Game - Terror House (悪霊の館)

 

1982년에 출시한 Bandai LCD Solar power Game의 시리즈는 말 그대로 '태양광'에 의해 구동되는 디지털 흑백 액정 게임입니다. 당시 Bandai는 nintendo와 더불어 소형 휴대형 디지털 액정 게임기의 선구 역할을 했습니다. 

 

nintendo의 경우에는 태양광 에너지로 게임을 구동시키는 것이 아닌, 수은전지 등 건전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반면에 Bandai의 경우에는 신박하게도 태양광 에너지로 게임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더욱더 신기했던 것은 날씨가 흐린 날이나 야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적은 양의 태양광 또는 인공광(형광등)으로도 제법 잘 구동되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Bandai LCD Solar power 시리즈는 더블스크린 즉, 이중 화면으로 되어있어 게임의 진행이 chapter1과 chapter 2로 나뉘어 게임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하나의 스크린으로 두 개의 화면을 구현한 셈이죠. 이에 nintendo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액정 스크린을 총 2개를 배치한 디지털 액정 게임기를 출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Bandai LCD Solar power Game 쪽이 더욱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 생각이기는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Bandai LCD Solar power Game의 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의 문화 충격과 호기심은 nintendo의 그 무엇보다도 컸습니다. 

 

 

nintendo game & watch
nintendo game & watch DONKEY KONG

 

당시 nintendo의 이중 스크린의 디지털 액정 게임기의 디자인은 지금의 nintendo DS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1980년대의 nintendo의 디지털 액정 게임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nintendo DS에 전승한 셈이죠. 옛날 디자인이지만, 참 예쁘게 잘 설계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nintendo 디지털 액정 게임기의 디자인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귀엽고 예쁜 디자인이었지만, Bandai LCD Solar power 디지털 게임기의 디자인은 좀 더 SF 적이었습니다.

 

마치 우주선의 계기판을 보는 것 같았으니 말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좀 더 SF 적이었던 Bandai의 그것이 제 마음에 더 들어왔습니다. 제가 Bandai와 nintendo의 디지털 액정 게임을 처음 본 것이 '국민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로 충격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시골 촌놈이 서울 변두리에 있는 국민학교로 전학 와서 세상에 그런 신박한 물건들이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갖고 싶다, 정말 갖고 싶다, 미치도록 갖고 싶다”

 

당시 매우 유명한 소년잡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소년중앙'과 '어깨동무'였습니다. 매월 그 잡지를 구입해 보곤 했는데, 여러 재미있는 만화도 좋았지만, 일단은 '부록'에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사보곤 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디지털 게임기의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바로 그것이 Bandai의 디지털 게임기 광고였습니다. 사실 그때 소년잡지 등에서는 nintendo의 디지털 게임기의 광고는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소년중앙
1980년 소년중앙 신년호

 

그리고 nintendo의 게임기들은 Bandai의 게임기에 비교적 고가였습니다. 당시 Bandai라는 일본의 완구회사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카데미 과학교재'에서 Bandai와 기술제휴로 판매했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출시할 때도 게임기 뒷면에 아카데미 과학교재 사라는 딱지가 붙어 나와서 저는 정말 아카데미 과학 교재사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소년중앙과 어깨동무에 실려 있는 Bandai LCD Solar power Game의 시리즈의 광고에는 항상 이런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정가 25000원, 절찬리 판매 중’ 그 가격을 보는 순간 저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80년대의 국민학교 5학년한테 25000원은 거의 천문학적인 수치였습니다. 그래서 은근슬쩍 생일 즈음에 부모님께 살짝 보여드리긴 했지만,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말았습니다. 

 

그때는 일 년 내내 세뱃돈이랑 용돈이랑 떡볶이랑 어묵 안 사 먹고 기타 등등 다 모아 보아도 돈 5000원 넘기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그 돈을 모으려면 약 5년간을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군것질 없이 오로지 집에서 밥만 먹고 차곡차곡 모아야 모이는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 동급생이 Bandai LCD Solar power Game의 시리즈 중 '미스터 프랑켄'Frankenstein (ミスターフランケン Mr. Franken)이라는 게임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그 친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부탁해 가끔씩 그 게임을 해보곤 했죠.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Bandai LCD Solar power Game의 시리즈의 소유 열망은 더욱더 커져만 갔습니다. 

 

얼마 후 그 친구의 생일에 집에 놀러 갔다가 저는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말 그 녀석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녀석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본 그 녀석의 디지털 게임기만 해도 8개가 넘었습니다. intendo의 '동키콩' 시리즈를 2개나 갖고 있었고, Bandai의 '악령의 관'(Terror House  / 悪霊の館) '미스터 프랑켄,' '도라에몽,' '고질라'와 다른 업체의 '팩맨'과 '괴도 루팡' 등 정말이지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 친구는 2층으로 된 집에 방이 5개나 있는 복층 단독주택에 살고 있을 만큼 부유한 부모님을 둔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당시 단칸 지하실 방에서 여섯 식구가 함께 살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는 가난에 대하여 생각하지도 못했고, 저 스스로 가난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그 친구를 알게 되면서부터 가난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기억으로는 국민학교 6학년이 된 봄 즈음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역시 그 친구도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때는 nintendo의 '동키콩 jr'라는 게임기만 가지고 노는 모습만 보이 길래 저는 궁금해서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미스터 프랑켄은 왜 안 갖고 다녀?” 그 물음이 끝나자마자 그 친구는, “그거 고장 났어”라고 내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또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거 안 고칠 거야? 고치면 되잖아”라고 말입니다. 

 

 

Bandai LCD Solar power Game - (ミスターフランケン Mr. Franken)
Bandai LCD Solar power Game - (ミスターフランケン Mr. Franken)

 

그러자 그 친구는 “못 고쳐, 버려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진정 제가 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그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그거 버리지 말고 나주면 안 돼? 버릴 거면 나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래”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군요. 그때의 제 기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날 '미스터 프랑켄'을 받기로 했는데,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빨리 날이 밝아 학교에 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평소에는 그렇게 가기 싫던 학교였는데 말입니다.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미스터 프랑켄'을 친구에게 받아 들고는 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뛰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고장 난 게임기지만 저는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분해해 보았습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그때의 제 생각은 태양광 집열판과 게임기의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그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게임기를 계속 열고 닫다 보면 그 연결 부분이 마모되어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그런 공학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신기합니다. 아마도 지금의 진로는 잘못 선택한 진로인 듯싶어요. 이런 꼬마 공학도가 미술대에 들어갔으니 말이죠. 여하튼, 게임기를 받아 들고 하나둘 분해하여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드디어 문제점을 찾아냈습니다. 

 

 

역시 생각한 대로 태양광 집열판과 게임보드의 연결부인 두 개의 전선 중 하나가 끊어져 있었습니다. 나머지 하나도 거의 끊어질 것 같은 상황이었죠. 결국 생생한 전선 두 가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물체 주머니'에서 꼬마전구와 1.5V건전지 소켓의 파란색 전선과 빨간색 전선을 떼어내 먼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하실 방 한 귀퉁이에 있는 책상의 독서등을 환하게 밝혀놓고 그 밑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일단은 테이프로 간단하게 임시로 파란색 전선을 연결해 붙여놓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머지 빨간색 전선을 태양광 집열판과 게임보드를 연결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특별활동 시간에 단파 라디오를 만들다 남은 실 납과 인두를 꺼내어 들고 책상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파란색과 빨간색 전선을 조심스럽게 납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분해된 게임기를 조립하려고 했으나 다소 외관이 더러워진 상태라 청소를 하기로 생각하고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케이스를 주방세제와 물로 세척하였습니다. 잘 안 닦이는 부분은 칫솔까지 사용해가며 말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물로 세척한 정말 새것처럼 하얗게 빛나는 케이스를 수건으로 구석구석 물기를 제거한 후 확실히 건조한 다음 조립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Mr. Franken
Mr. Franken

 

드디어 고장 나 죽어있던 Bandai의 LCD Solar power 게임기가 살아나는 순간입니다. 밝은 독서등 밑에서 게임기를 활짝 열어놓자 화면에서는 프랑켄 박사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미스터 프랑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미스터 프랑켄은 화면이 바뀌면서 끊어진 다리를 피하며 장애물을 주먹으로 제거하면서 씩씩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40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 장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년기에 그렇게 원하고 바라던 것을 얻는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이후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저는 그 게임기를 정말 가방 속에 매일매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결국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실수로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떨어뜨려 액정이 완전히 박살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으로 미스터 프랑켄과 저의 인연은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죠.

 

얼마 전 유년기의 추억을 회상하며 미국 ebay에서 Bandai LCD Solar power Game 시리즈를 검색해보니 아직까지도 꽤 많은 종류의 게임기들이 경매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식이 20년이 넘은 제품이라 외관이 다들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 개봉, 포장도 뜯지 않은 제품이 경매로 올라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Bandai LCD Solarpower Game 시리즈 중 Terror House (悪霊の館 / 악령의 관)이라는 게임기였습니다. 

 

 

이미 경매가 이루어지고 꽤 많은 사람들이 경합 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즉시 구매가 가능한 제품이었습니다. 즉구 가격은 $200였는데, 그때까지 경매가는 $170였습니다. 충동구매입니다만, 저는 그냥 즉구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유년기에 갖고 싶었지만 가져보지 못한 게임기였기에 나름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으로의 배송기간은 약 3주 정도 걸렸고, 관세는 매우 저렴했습니다. 

 

Bandai의 악령의 관이라는 게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chapter1은 게임의 주인공인 나 와 동시에 어떤 용감한 소년은 악령의 관이 있는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에서 무시무시한 박쥐와 주인공을 향해 돌진하는 악마의 비석들과 용맹하게 싸웁니다. 이렇게 박쥐와 비석을 모두 제거해야만 성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공격 타이밍이  늦으면 박쥐와 비석들에게 여지없이 당하고 맙니다. 

 

박쥐와 비석들을 모두 제거하면 자동적으로 chapter 2 가 시작됩니다. chapter 2가 시작되면서 소년은 빠르게 달려 악령의 관이 있는 성으로 향합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계단 아래에는 악령의 관이 놓여 있고 그곳까지 가려면 여러 장애물들과 싸워 이겨내야만 합니다. 미라와 스켈레톤이 갑자기 앞에서 나타나 소년을 위협합니다. 역시 공격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제때 공격하지 못하면 소년은 아래로 굴러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바닥이 무너져 버립니다. 그것을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계속 소년의 길을 방해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무찌르고 나면, 소년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 관속에서 잠자고 있는 대마왕의 악령을 결국 제거하고 맙니다. 소년이 악령의 관에 칼을 꽂을 때 대마왕의 악령은 괴로워하며 죽어갑니다. *악령의 관에 칼을 꽂는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chapter 2의 몬스터들을 모두 제거하게 되면 자동으로 악령을 죽이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Bandai LCD Solar power Game

 

위의 이미지는 ebay에서 즉구로 구입한 Bandai LCD Solar power Game Terror House (悪霊の館 / 악령의 관)입니다. 제가 직접 '언박싱'을 한 신품입니다. 게임은 단순하고 자주 할 경우 패턴이 뻔해서 금방 지루해지지만, 게임을 위해 구입한 것이 아닌, 소장용으로 구입했답니다. 요즘도 가끔씩 꺼내어 보고 한 번씩 유년시절의 추억에 잠겨 잠깐씩 게임을 하고 다시 박스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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