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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Product

Apple PowerBook G3 Story

by tristan 2016.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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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Book G3/400 (Firewire/Pismo)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

2000년도 초반에 애플에서 출시한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입니다. 처음 출시된 가격이 무려 한화로 3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애플 G3 CPU를 탑재한 마지막 laptop이었습니다. 당시 파워북은 애플 laptop 유저들에게 '아르마니'(ARMANI) PowerBook이라고 널리 불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애플 파워북 디자인을 아르마니가 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아르마니 파워북이라고 불리는 애플 파워북은 '피스모'(Pismo)가 처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마지막 G3파워북인 피스모의 디자인이 아르마니 시리즈 파워북 중에서는 당연하겠지만,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아르마니 파워북의 시작은 PowerBook G3 233 (Wallstreet)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다음 세대가 PowerBook G3 333 (Bronze KB/Lombard)이고, 마지막 세대가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위의 아르마니 시리즈 파워북을 모두 사용해 보았습니다. 물론 개인 소유로 말입니다. 위의 아르마니 3형제를 한 곳에 모아서 보면 롬바드와 피스모는 디자인이 거의 흡사해 잘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초기형인 월스트리트와는 한눈에 구분이 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파워북의 두께와 색상 때문입니다. 일단 아르마니 파워북의 큰 형님벌 되는 월스트리트는 두께가 나머지 파워북보다 좀더 두껍습니다. 그리고 색상은 일반적인 블랙 색상으로 보시면 되고요, 둘째와 셋째(막네)인 롬바드와 피스모는 거의 흡사하게 생겨 거의 구분이 안 되는 정도입니다. 둘 모두 색상 또한 같은, 블랙 색상이긴 한데 조명을 받으면 은은한 브론즈빛 색상이 감도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완벽한 블랙이지만, 조명이나 기타 빛 관련 환경의 간섭을 받으면 오묘 한빛이 감돕니다. 

 

이것을 보면 애플이 도료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상판이 열려 키보드가 드러나 보이게 되면 월스트리트와 나머지 둘(롬바드와 피스모)은 디자인이 확연하게 구분이 됩니다. 월스트리트는 역시 일반적인 블랙 색상의 키보드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 둘은 일명 '브론즈 키보드'(Bronze KB)라고 불리는 색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브론즈 키보드에 대하여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역시 그 이름에 알맞게 은은한 브론즈 빛이 나며 반투명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파워북 롬바드와 피스모는 월스트리트와 키보드 면에서 많이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 4
정확한 구분 방법은 상판을 열어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의 power Book 로고를 확인되면 그것이 피스모다.

파워북 롬바드와 피스모는 매우 흡사한 외관을 갖고 있어 솔직히 상판을 닫아놓은 상태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판의 사양이 적혀있는 라벨이나 뒷쪽의 Firewire 포트를 보면 금방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상판을 닫아놓은 상태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됩니다. 그러나 상판을 열어보면 바로 구분이 가능한데, 키보드로 구분이 가능하냐고요?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둘 다 구분이 힘든 브론즈 키보드이니 말이죠. 

 

 

정확한 구분 방법은 둘의 상판을 열어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의 ‘power Book’ 로고를 확인하면 됩니다. 월스트리트와 롬바드는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에 'PowerBook G3'라고 인쇄되어 있고, 피스모는 그냥 'PowerBook'이라고 만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롬바드와 피스모를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그냥 뒤집어 하판을 보거나 후면의 Firewire 포트를 확인해도 되지만 말입니다. *Firewire 포트가 있는 것이 Pismo입니다.

 

파워북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너무 많은 글을 썼군요. 이젠 다시 오늘의 주인공인 마지막 알르마니 파워북인 피스모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저는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그 이유는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파워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도 초반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가격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눈팅만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바로 1년 후인 2001년에 출시한 PowerBook G4/400 (Titanium)도 좋았지만 제가 정말 갖고 싶었던 파워북은 피스모였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러나 피스모를 손에 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중고로도 구입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05년이 되어버렸습니다. 2005년이면 애플이 인텔과 손을 잡고 인텔 맥을 출시할 계획을 세울 즈음이 되겠군요. 

 

그때까지 저의 피스모에 대한 열망을 식지 않았습니다. 파워북 월스트리트와 롬바드는 당시 개인소유로 보유하고 있었고, 피스모만 손에 넣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PowerBook G3
PowerBook G3 233 (Wallstreet)

그러던 2005년 여름, 맥 부품 때문에 ebay를 뒤지다가 피스모 재고 신품이 경매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 저는 매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키보드 타이핑을 하고 있던 손을 떨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저는 피스모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피스모는 인기 품목이었기 때문에 입찰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그때 저는 ○○ 미술학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수업을 4시간 하는데, 수업시간 마져도 피스모 생각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풋풋한 3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ebay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잠도 오지 않더군요. 드디어 경매 마지막 날! 다행히도 일요일이었습니다. 저는 방구석에 콕 틀어박혀 열심히 ebay화면 만 보고 있었습니다. 

 

경매 마감 시간이 약 7분정도 남았을 때 제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감시간 5분 전, 마감시간 2분 전.... 1분 전....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경매 마감시간 2분 전에 bidding이 마구마구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차분히 또 차분히 기다렸다가 정확히 10초 전에 마지막 비딩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이 버벅거리면서 아무것도 클릭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몇 초간 멈춰있던 ebay입찰 화면이 풀리면서 'sold out' 이라는 화면으로 바뀐 것인데, 그때를 지금 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털썩 내려앉더군요. 그런데 누가 최종적으로 입찰을 하고 낙찰을 받았는지 확인은 해야 했기에 침착하게 입찰 내역과 낙찰 내역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입찰 내역은 보이는데, 아직까지 낙찰 내역이 보이지 않더군요. 

 

입찰 내역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처음 그리고 중간에 몇 번 그리고 끝부분 즈음에 몇 번, 그러나 최종 입찰자 아이디는 별표(*)로 되어 있어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별표를 세어보니 제 아이디 글자 수와 같더군요. 그래서 끝까지 혹시....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역시 혹시....라는 희망으로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ebay에서 메일이 하나와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메일을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PowerBook G3 233 (Wallstreet)
피스모는 후면에 Firewire 포트가 2개 있다.

메일을 열자마자 저는 그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얏~호~~!! 피스모~닷!!!!" 이렇게 말입니다. 사실 대학에 합격한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과거에 제가 미술대학에 붙었을 때 기분은 그냥 그랬는데, 그런데 피스모를 경매 경쟁에서 낙찰 받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튀어나왔으니 말이죠. 그때 정확히 저를 포함하여 27명이 피스모 입찰 경쟁에 참여했습니다. 경쟁률은 27:1이었고요. 당시 낙찰받은 가격은 $720이었습니다. 그때 한화로 약 77만 원 정도 했고요. 

 

2005년 당시 피스모 중고 시세가 약 60만원에서 상태에 따라 80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딱 답이 나오죠?! 정말 착한 가격에 중고도 아닌 신품을 77만 원에 구입하게 된 샘입니다. 저는 부랴부랴 갖고 있던 파워북 월스트리트와 롬바드를 중고 장터에 올려 판매한 후 그 금액에 좀 더 더해서 해외 배송료까지 ebay paypal 계좌에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약 3주 후 인천공항에서 관세 문제 때문에 연락이 오더군요. 그때 제 기억으로는 관세 문제로 인천공항 세관원과 조금 투닥더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신품이라도 ebay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낙찰받으면 그 낙찰받은 금액에서 관세에 대한 금액을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그 세관원은 제 말을 믿지 않더군요.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았다는 말을 말이죠. 

 

그래서 ebay에서 입찰하고 낙찰 받은  증거들을 수집해 그 세관원에게 증거자료로 제시했는데, 2주 후에야 통과되어 그에 대한 관세를 지불한 후 피스모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PowerBook G3_400 (Firewire_Pismo) 2

위의 이미지는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을 받자마자 unboxing 하는 과정과 번들로 들어있던 Mac OS9영문 버전은 설치하지 않고, 미리 구매해 두었던 Mac OSX10.4 타이거를 설치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우측 하단의 사진은 필자(좌측)와 롬바드를 사용하고 있는 같은 학원 동료 선생님과의 피스모 득템 기념샷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피스모와 롬바드는 외관상으로 너무 닮아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철 모르는 풋풋한 30대 초반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 버렸으니.... 

 

2005년에는 이미 G3의 시대는 시들해지고, G4가 활약하던 시대였습니다. 물론, G5도 이미 출시되었던 시기였고요. 파워북G5는 아예 출시되지도 않았으니, 파워북 G4가 애플 laptop 군의 제왕의 자리에 군림하던 시대였습니다. G4의 전성기였지만, 당시 구형이라고 불리던 G3이전의 애플 기종들도 현역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Mac OSX 보다 Mac OS9이 국내외에서 더 많이 사용되어졌기 때문에 G3이전의 구형 맥들도 활용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니 PowerBook G3 Pismo 정도면 충분했던 시대였죠.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 3

위의 이미지는 PowerBook G3/400 (Firewire/Pismo)의 기본적인 사양입니다. 지금 이렇게 살펴보면 매우 형편없는 사양 일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꽤 쓸 만한 사양이었고, 정말 중요한 것은 디자인과 색상이 매우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롬바드와 같이 DVD롬과 배터리가 양쪽으로 탈착 되는 모듈 방식으로 되어 있어 DVD롬을 삭제하고 배터리를 양쪽 사이드에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DVD롬으로 바꿔 끼우면 되니까 말이죠. 

 

 

그리고 당시에는 애플 서드파티 제품 생산업체들의 롬바드와 피스모를 위한 여러 모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무선 인터넷 또한 옵션으로 '에어포트 카드'를 설정해 구입 할 수도 있었으며, 에어포트 카드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구입하더라도 나중에 에어포트 카드를 설치하면 바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윈도즈 계열 노트북과 같이 측면에 PCMI카드 슬롯이 있어 다른 기능 등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추후에 G4 CPU로 업그레이드 또한 가능했습니다. 물론 애플 정식 정품으로는 할 수 없었으나 역시 애플 서드파티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Pismo를 위한 G4 CPU 업그레이드 키트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고가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저는 power logics사의 G4 / 500 CPU업그레이드 킷을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피스모를 사용하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그래픽 쪽이었습니다. 

 

 

피스모의 그래픽은 ‘Rage Mobility 128’입니다. 비디오 메모리는 16 램이었고요. 2000년도 초반에 애플 데스크톱 컴퓨터 군인 PowerMac G4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그래픽카드의 메모리가 최고 32 램 정도 했으니, 당시 비디오 메모리 16 램 정도면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일반적으로 그래픽 메모리가 64 램에서 128 램 정도 했으니 피스모의 그래픽은 사실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2D작업은 무난하게 잘 돌릴 수 있었으나, 3D 쪽은 매우 취약했습니다. 특히 당시 3D 게임이었던 맥용 'Tomb Raider'를 돌릴 때면 마치 종이인형이 움직이는 모습과 같아서 좀 맥이 풀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메모리 문제입니다. 메모리 풀 업이 1기가라, 이것저것 열어놓고 작업하다 보면 메모리가 부족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스트레스받았던 기억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끼면서 잘 사용했던 기억이 크군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Pismo는 다른 사람의 손에 있습니다. 그 분 또한 최고의 Pismo를 보유하고 계신 겁니다. 제가 갖고 있던 Pismo가 최고의 Pismo였으니까요. 약 2년 정도 사용한 후 다른 맥을 구입하기 위해서 어떤 지인분께 양도해 드렸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Pismo와 그때(젊은 날)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피스모도 피스모지만 그때 저의 젊은 열정과 패기 그리고 약간의 무모함.... 이런 모든 것들이 문득 생각나서 몇 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Apple Power Macintosh 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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